지역난방 구동기 수리비,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가 부담할까?

2026. 3. 7. 01:28부동산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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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밑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임차인이 쓰다 망가뜨린 거 아니냐"고 했고, 세입자는 "내가 산 부품도 아닌데 왜 내가 내냐"고 했다.

지역난방 아파트에서 가장 자주 터지는 다툼이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민법 한 조문과 1994년 대법원 판례 하나면 끝난다.

이 글에서 그 기준선을 정리한다. 어디까지가 집주인 몫이고, 어디부터가 세입자 몫인지.

(본 글은 2026.06.08 기준으로 업데이트되었다.)


지역난방 구동기·분배기는 정확히 어떤 부품인가

수지·분당 같은 지역난방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개별 보일러가 없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같은 사업자가 발전소에서 끓인 뜨거운 물을 단지로 직접 보낸다.

그 물이 우리 집에 들어와 거실·안방·작은방의 바닥 배관으로 흩어진다.

이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가 싱크대 밑이나 붙박이장 아래에 숨어 있는 분배기와 구동기다.

분배기는 뜨거운 물을 각 방으로 나눠 보내는 갈림길이다.

구동기는 그 갈림길 위에 달린 주먹만 한 모터다.

거실 벽 온도조절기에서 "안방 24도"를 누르면, 그 신호를 받은 구동기가 안방으로 가는 밸브를 열거나 닫는다.

수명은 보통 7~10년이다.

모터가 노후화되면 밸브가 안 열려 한겨울 안방이 얼음장이 되거나, 반대로 밸브가 안 닫혀 온수가 종일 흘러 난방비가 폭주한다.

수리에는 설비 기사가 와야 하고 부품값과 출장비가 든다.

문제는 그 비용이 누구 부담이냐다.


민법 623조와 374조, 수선의무는 누구에게 있나

답은 두 조문에 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의 의무를 규정한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그 집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고장 난 곳을 고쳐 줄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상 수선의무라고 부른다.

민법 제374조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규정한다.

"채무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물건을 보존하여야 한다."

이 조문은 민법 제654조에 따라 임대차에도 준용된다.

임차인은 남의 집을 빌려 사는 동안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집을 보존해야 한다.

두 조문은 충돌이 아니라 역할을 나눈다.

기본 설비의 유지는 임대인.

일상의 보존은 임차인.

문제는 그 경계가 어디냐는 점이다. 형광등 하나 나간 것까지 임대인이 갈아 줘야 할 리는 없다. 그 선을 대법원이 정리해 두었다.


대법원 1994년 판례가 정한 기준 한 줄

기준선은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에 있다.

"임대인은 주택의 파손·장해의 정도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수선하지 않아 임차인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한 줄로 옮기면 이렇다.

사소하고 임차인이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은 임차인.

크고 전문가를 불러야 하며 안 고치면 살 수 없는 것은 임대인.

기준은 "비용의 크기"가 아니라 "주거 목적이 달성되는가"이다.


임대인이 부담하는 수리 범위

이 기준을 지역난방 구동기·분배기에 그대로 대입해 보자.

이 장치는 다이소 부품이 아니다.

모터와 전자제어가 들어간 난방 시스템의 핵심 설비다.

이게 고장 나면 한겨울에 난방 자체가 안 된다. 주거 목적의 사용·수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판례의 두 번째 문장이 그대로 적용된다.

임차인의 고의·과실 없이 단순 노후로 생긴 구동기·분배기 고장은 원칙적으로 임대인 부담으로 보는 게 판례 취지에 가깝다.

같은 기준으로 묶이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지역난방 분배기·구동기·인서트 밸브의 자연 노후화 고장
  • 거실 벽 메인 온도조절기 고장
  • 급수·난방 배관 누수, 아래층 침수 피해
  • 기본 옵션으로 들어온 빌트인 가전(에어컨·냉장고 등)의 기계적 고장

단서 하나. 임차인이 발로 차서 부쉈거나(고의), 물을 쏟아 회로를 망가뜨렸다면(과실)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민법 374조의 선관주의 위반으로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임차인이 부담하는 수리 범위

임차인 몫은 일상 소모품과 본인 부주의로 인한 손상이다.

구분 항목 근거
원칙 임대인 부담 구동기·분배기·온도조절기·배관·빌트인 가전의 자연 노후 고장 민법 623조 + 대법원 94다34692
원칙 임차인 부담 LED 전구·샤워헤드·도어록 건전지 등 일상 소모품 교체 민법 374조·654조
임차인 과실 시 부담 본인 부주의로 인한 강화마루 찍힘, 환기 부족으로 인한 곰팡이 민법 374조 (선관주의 위반)

외우기 쉬운 식 하나.

부품값이 만 원 안쪽이고 드라이버 하나로 끝나면 임차인.

설비 기사를 불러야 하고 안 고치면 거주가 어려워지면 임대인.


특약에 "수리비는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적혀 있다면

계약서 특약에 이런 한 줄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본 계약은 현 시설물 상태의 계약이며, 거주 중 발생하는 모든 수리비는 임차인이 전액 부담한다."

여기 도장을 찍었으면 구동기 교체비도 임차인이 내야 할까.

같은 대법원 판례가 답을 해 두었다.

특약으로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건 맞다.

다만 무엇을 면제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떠안는 범위는 소규모 수선에 한정된다.

기본 설비의 교체 같은 대규모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 몫이다.

계약서에 "지역난방 구동기·분배기 고장 시 임차인이 수리비를 부담한다"처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이상, 두루뭉술한 한 줄로 임대인이 기본 난방 설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판례 취지다.

계약 전에 이 항목을 한번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고장을 발견했을 때 임차인이 해야 할 3가지

수리비 다툼은 보통 "누가 부담하느냐"보다 "증거가 있느냐"에서 갈린다.

입주 당일 싱크대 밑·보일러실·분배기 주변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 둔다. 날짜가 같이 찍히도록.

고장을 발견하면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임대인에게 즉시 통지하고, 통지한 화면을 캡처해 둔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인의 통지의무를 명시한다. 임의로 비싼 업체부터 부르면 사후에 비용 일부가 거부될 수 있다.

수리가 지연돼 난방을 못 쓰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민법 제627조에 따라 차임 감액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판례가 임차인 편을 든다 해도, 기록이 없으면 다툼은 길어진다. 이 세 가지부터 챙겨 두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개별 사안은 계약 조건과 고장 원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분쟁이 커지면 대한법률구조공단 또는 변호사 상담을 권한다.)

2026.06.08 업데이트 · 부동산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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